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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5 05:51

사순절과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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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사순절과 한국교회

 

사순절은 부활절에 세례를 받는 이들이 경건하게 세례를 준비하는 기간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일반교인들에게도 적용되어, 이제 교회는 사순절을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고 회개하는 기간으로 보내고 있다. 이 시대, 인스턴트 문화가 신앙의 영역마저 잠식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렇게 엄격한 사순절의 전통은 우리에게 자못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오늘날 세례를 받기 위해 40일간 절제된 삶을 살아야 한다면 과연 세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우리 신앙인들에게 사순절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21세기 문화의 두 축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문화이다. 두 문화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지 않지만, 양자의 조합은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주조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세상 안에는,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이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이 편만하다. 모든 것이 소비자들의 욕망과 결부되는, 이른 바 포스트모던적 소비문화가 대중의 의식에 깊이 자리하게 되었다.

이제 저 하늘나라의 삶을 기다리면서 오늘 우리의 욕망을 절제한다는 것은 매우 고리타분한 삶으로 취급받고 있다. 우리 문화는 점점 초월의 영역을 잃어가고 있으며 물질에 대한 욕망은 나날이 비대해지고 있다. 욕망에 기초한 소비사회에서 소비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은 왕처럼 대접받는다. 하지만 구매력이 없는 사람들은 사람대접도 받지 못한다. 언제부터인가 너도나도 ‘뭐니 뭐니 해도 머니’를 외치고 있다.

이러한 물질적이고 파괴적인 문화가 지속될 때 우리 모두에게 어떤 미래가 열릴까? 이는 명약관화하다. 이 세상은 인간성 상실, 생명 경시, 공동체의 실종, 환경 파괴로 이어져 비관적 미래를 맞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 시대 문화를 회복하고 치유할 21세기형 사순절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사순절은 쾌락적이고 파괴적인 소비문화에 잠식되지 않고, 관성화된 문화습관에서 깨어나는 기간이다. 사순절 정신의 핵심은 경건과 절제라는 전통적인 미덕을 살리고, 공동체적인 섬김과 나눔의 문화를 실천하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사순절 기간 동안만큼은 ‘알렐루야’나 ‘대영광’같은 화려한 음악들을 피했다. ‘오라토리오’, ‘수난곡’ 등이 주된 레퍼토리였다. 개인이 신앙을 점검하고 절제를 훈련한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사순절 정신을 문화를 통해서도 드러내려고 했다. 이것은 문화의 외관이 달라진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생각해볼 만하다. 오늘날 이러한 정신은 다시 회복되어야 하며, 우리의 삶과 문화 전반을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 그것은 경건과 절제를 실천하는 것이며, 공동체 안에서 창조와 긍휼, 연대와 책임의 문화를 실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도와 성경읽기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집중은 우리를 나와 이웃, 그리고 세상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려는 삶으로 인도한다. 신앙인은 십자가와 그리스도의 수난을 집중적으로 묵상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영역에서 십자가 사랑의 정신이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감각적인 욕망을 절제하고, 우리의 문화 안에서 초월의 자리를 회복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사순절을 경건하게 보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이제는 더욱 구체적 실천에 힘써야 할 때이다. 텔레비전 시청이나 인터넷 사용을 절제하는 미디어 금식부터 시작해도 좋다. 나아가 공정무역제품을 찾는 착한 소비운동에 동참하거나 로컬 푸드를 섭취하고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면 더욱 좋겠다. 내 욕망을 절제하고, 이웃과의 소통과 연합에 힘씀이 사순절 정신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21세기형 사순절 실천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우리를 욱여싸고 있는 이 소망 없는 문화 안에서, 예수님의 우리를 위한 고난이 상징하는 절제와 연대라는 사순절 정신을 구현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하나님 나라의 생명문화라는 열매를 풍성히 맺게 됨을 확신하며!

(장신대교수, 문화선교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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